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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ntory

기회의 땅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니
할줄 아는건 코드나 끄적이는거더라.

하고 싶은게 뭔지도 모른 상태에서
돈은 벌어야겠고. 갈 수 있는 회사를 가게 되었다.
그리고 9년이 지났다.

하라는 대로 일은 열심히 했다만
자기 발전이라는건 거의 없었다.
그나마 혼자 이거저거 공부하면서 책쓴거
혼자서 웹애플리케이션 만들어본거 그게 전부다.

일에 치이고 결혼하고 육아도 하고
삶에 찌들다보니 알게모르게 나태한 면도 있었고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IT 기업으로 가서 커리어를 쌓아보자.

그런 심산으로 지금 직장을 오게 되었고
벌써 4년이 다 되어간다.
시간 참 잘 간다.


전 직장과 지금 직장에서 이거저거 많이 하긴 했다.
문제는 이거저거 하다보니까
전문화된 기술이 없더라.
뭔가 장인하고는 거리가 많이 멀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
내가 하고 싶은걸 찾아서 한게 아니라
먹고 살겠다고 이리저리 치이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
커리어는 그럴싸하게 쌓긴 했는데 뭐 그렇다.

난 도대체 진짜 하고 싶은게 뭐지.
이거저가 다 해봤는데, 전부 다 아닌 것 같다.
회의감이 들더라.

대학교때부터 지금까지 모든걸 정리해봤다.
13년 회사 다녔으면 그래도
내가 진짜 즐거움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한게
뭔가 있긴 있지 않겠는가.
그런걸 찾아봤다. 그리고 모아봤다.


후보가 추려졌다. 다행인건가.
가장 오랫동안 몸담은 개발.
놀랍게도 거기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뭔가 만들겠다고 초집중해서 열심히 한건 많았는데
글쎄다. 난 다른 곳에서 즐거움과 열정을 찾았었다.

한마디로 여태까지 뻘짓꺼리 한건가.
다행히도 그건 아니다.

세상에 나쁘고 무의미한 경험은 없다고 하더라.
분명히 도움은 많이 되었고 얻은 것도 많았다.
단지 앞으로 남은 20~30년을 바라봤을 때
개발 경험을 발판은 삼되
다른 길을 찾는게 맞겠다.


우연히 모 기업 리크루터한테 지원 제안을 받았다.
그런데 그 회사의 업무 소개를 보고
눈이 뜨였다.

드디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은건가.

거기에서 끝이 아니다.
다른 회사와는 기준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일반적인 회사라면
여태까지의 경력을 바탕으로 해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위주로 시니어급을 뽑는다.
그리고 나이가 너무 많아도 안된다.
나처럼 이거저거 한 사람은 그다지 흥미가 없겠지.

그런데 내가 찾은 그 일은
여태까지 사회생활 오래한건 잘 알겠는데
나이 뭐 크게 안 중요하고
전문성 그런건 별로 안중요하고
업무가 아닌, 사회생활을 어떻게 했고
지원 업무 그 자체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게 많고
우리 회사의 인재상에 부합한가 그걸 보더라.

이거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은것도 모자라서
나같이 커리어가 애매한 사람도 준비만 잘 하면
할 수 있다니.

더는 주저할 이유가 없다.


당연히 지원을 했고
한달동안 죽어라 준비했고
서류 통과되고 1차 인터뷰까지 봤다.

그리고 떨어졌다.

당시엔 억울했지만 지나고 나니 알겠더라.
아직 면접관 관점에서는 내가 부족한 것이였더라.

이미 떨어질 것까지 다 대비해서
다음 준비를 이미 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지금도 하고 있고.

뭘 준비하는 지, 이 글에서 밝히진 않겠다.
단지 말할 수 있는건 다음과 같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장기계획을 이미 세웠고
거기에 맞춰서 한 스텝씩 나아가려는 중.

누군가의 강요나 압박도 없이
내 스스로가 열심히 살아온 적은
이전에는 없었던 것 같다.

비슷한 글만 여기다 몇 개 쓰고 있긴 한데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내게 그 업무를 제안한 리크루터는
떨어지고 난 후 연락을 해도 안받더라.
또 한명이 불합격했구나 하고 리스트에서 삭제된걸까.

어차피 혼자 사는 인생.
솔직히 많이 신경쓰이지만 뭐 상관없다.
홀연히 나에게 길을 제시하고 바람같이 사라진
뭐 그런 신선과도 같다고 생각하면 되지.

삶은 치열해지고
여태까지 덜 열심히 살았다면
지금부터 열심히 살면 되는거 아닌가.

내 삶을 돌아보면
정말 많은 실패를 했다.
하지만 항상 얻어가는건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배우고 또 나아갔었다.

실패는 성공을 위한 하나의 과정.


이것이 내 인생의 모토이다.

지금부터 초심을 잃지 말고
이젠 그저 나아가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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