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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ntory/Common IT

체질

사람마다 기질이 다르고 능력이 다르다.
잘 하는 것이 있고 못 하는 것이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해서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위와 같은 사실을 깨닫기 위해서는, 몸으로 체감하지 않으면 쉽게 느낄 수 없습니다.

물론 체감하기 전에 제대로 파악해서 대응한다면 정말 뛰어난 사람이지만,

적어도 저는 그런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 

 

하지만 그것 또한 인생입니다.

저라는 사람은 항상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제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것을 체험하면서 살았거든요.

 

중견기업에서 9년을 넘게 근무하면서, 마치 우물이라는 따뜻한 온실에서만 지내왔던 시절.

제 자신의 Identity는 온데간데 없고 그냥 그 회사에 최적화된 상태로 개인의 발전은 전무했었죠.

물론 발전이 없던 것이 본인 문제 아니냐 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 발전이라는 것은 IT인으로서의 발전을 의미합니다.

즉 그 회사의 구성원과 조직원으로서 발전은 있었을 지 언정, IT 역량 향상과는 전혀 무관한. 그런 사람.

 

저는 당시 그 회사에서 사내 ERP 시스템의 일부를 담당하고 SQL Programming을 하는 그런 계원이였지만,

사내 시스템 고도화를 필요로 해서 웹 기반 시스템의 개발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내부 인력의 자체적인 학습과 스터디를 통해서 개발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개발을 진행했었죠.

 

그 회사에서 전문적으로 웹 개발을 했던 사람은 두 명 정도밖에 없었어요. 심지어 그 둘도 퇴사했고요.

어쨌든 나머지 인력이서 쥐어 짜내서 노력한 덕분에 여러 가지 시스템이 만들어지기는 했고.

어차피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보니까 퀄리티가 그렇게 높다고 볼 수는 없었겠죠.

 

사실 저에게는 좋은 기회였어요. 그 회사는 IT가 메인인 회사가 아니였고, IT 인으로서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IT 전문 업체로 어떻게 해서든 갈 수 있어야 했는데, 이런 프로젝트들은 어찌 되었든 IT 전문업체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니까요. 잘 했든 못 했든 한건 한겁니다. 심지어 저같은 경우는 스스로 어떻게 해서든 몸부림을 치려고 해서, 그 회사의 업무와는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Python을 공부했고, 책을 집필해 내기도 했죠.

 

나이가 젊다면 네카라쿠베에 도전하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 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평가는 굉장히 냉정하더라고요.

상당수의 채용은 주니어 이하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한 채용이였고, 시니어 이상 개발자가 취업되기 위해서는 그에 준하는 상당한 스킬을 요하였기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중견기업에서 ERP SQL만 하던 사람인데 그런 스킬이 솔직히 있었을까요? 물론 제가 개인적으로 공부해서 책을 집필했다 한들, 실무에서 사용되었던 것이 아니라 높게 평가할 만한 회사나 사람은 아마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정말 운이 좋게도.

헤드헌터를 통해서 이직 제안이 들어오긴 했습니다.

스타트업은 아니지만 중소기업이였고, 웹 시스템 개발을 위한 전담 팀을 신설할 예정임에 따라 팀장급을 모집한다고.

어쩌면 저한테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고요. 

 

시니어 이상 급의 경력을 가진 사람이 그에 준하는 개발 스킬을 가지고 있지는 않더라도, 그러한 개발자들을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되지 않을까?

 

어찌되었든 웹 프로젝트 PM을 맡은 경험도 있고.

사람들을 이끌어서 단체를 운영해본 경험도 있고.

또한 보다 나은 사람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관리 업무도 알아야 하고,

게다가 소프트웨어 공학 석사 전공으로서 전문적으로 배웠던 부분을 활용하기도 좋을 것이고.

 

어쩌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현재의 직장으로 웹 개발을 하는 팀장으로 첫 이직을 하게 되었죠.

 

 

그게 벌써 1년 전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오늘. 저는 그 팀장직을 물러나게 됩니다.

 

회사를 그만둔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그럴 생각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고.

그저 다른 팀의 일반 직원으로 새롭게 시작을 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것은 바로 이 글의 제목이자 서두에 언급한 그 체질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능력이 다릅니다.

-> 네.

잘 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과연 잘 했습니까?

-> 아니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했습니까? 솔직하게 답변하세요. 

-> 사실 하고 싶었다는 생각은 했어요. 위에 쓴 그런 배경 때문에. 어쩌면 나한테 잘 맞는 것은 아니였을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해서 잘 하는 것은 아니다.

-> 그게 문제였던 것이죠.

 

잘 할 줄 알았죠. 자신도 있었고.

하지만 관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의 타고 나는 것이 있어야 하나 보다 싶더라고요.

왜 못했을까요. 그래서 잘 하면 될까요? 

체질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맞아요. 잘 하면 됩니다. 하지만 과연 문제가 없었을까요.

 

 

제 스스로를 파악해 보건데,

열정이 있습니다. 집중도도 높습니다. 어느 하나를 파고 들면 거기에 매진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할 줄 알고, 내가 뭔가 나서서 해결해야겠다는 의지가 있고, 자기 주장이 굉장히 강합니다.

사소한 것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과정과 결과에 집중합니다. 사람들에게 크게 뭐라고도 하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다양성을 존중하고자 하고 여러 다양성을 인정하려 하고 꼰대처럼 틀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임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욱하는 성격이 있습니다.

이건 관리 업무 뿐만 아니라 사회 생활에서도 굉장히 안좋기 때문에 반드시 고쳐야 합니다.

그렇다면 욱하는 포인트가 왜 발생을 할까요.

남의 의견을 들어주고 존중해 주려 하지만, 제 의견을 남이 존중해주지 않으면 굉장히 자존심이 상합니다.

사실 그런 것을 조절을 잘 하면 좋겠지만, 자존심이 상하다 보니 제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한 논리를 막 많이 펼칩니다.

그리고 말이 많습니다. 쓸데없는 말도 많이 하는 편이고요.

혼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기 때문에 사람들하고 어울릴 수는 있어도 그것을 즐기는 편은 단연코 아닙니다.

말을 논리있게 잘 하는 것도 아닙니다. 글이나 자료를 작성하는 스킬을 말하는 것으로 깎아먹을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당황했을 때가 발생하면 혼자서 어쩌지를 못하고 마음에도 없는 이상한 말을 할 때도 많습니다.

 

쓰고 나니 참 안좋네요. 

 

이런 것들은. 계속해서 자기가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을 한다면 고쳐갈 수 있을까요?

당연히 고칠 수 있습니다. 안되는 것이 어딨겠습니까.

하지만 하루 아침에 안 됩니다. 지속적인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회사는 그것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하물며 대기업도 아니고 작은 기업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증명해야 하는 자리지 배우는 자리가 아닙니다. 

 

종합해 보면, 1년간 해 보니까. 

잘 하려는 열망과 업무적인 노력도 많이 하였고, 산출물도 만들어냈지만,

내적인 부분에서 잘 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고 그런 부분의 노력도 부족했네요.

그런 과정에서, 퇴사한 직원도 있고. 제 스스로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잠도 못 잘 정도로 힘들었고.

 

제 성격이 썩 그렇게 쿨한 편은 아닙니다. 물론 쿨해지고 싶지만,

다른 사람이 저로 인해서 상처를 받겠다 싶으면 그것을 풀어주고 싶고, 그렇지 않으면 그것 때문에 막 근심걱정합니다.

제가 좀 많이 조급한 면도 가지고 있어서일까요? 물론 그런 것은 많이 나아졌지만.

타인으로 인해서 제 스스로가 많이 고통을 받는 그런 타입입니다. 물론 그 타인이 잘못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난 그냥 내 할 것만 해야 하는 면도 있어야 하는데, 전 그게 안된다는거죠.

이게 굉장히 컸어요.

욱하는 성격. 궤변을 늘어놓는 성격.

그런 것은 하루 아침에 고쳐지지는 않더라도 제가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면 고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할 때 그것에 영향을 받아서 흔들린다는 것, 그건 장담 못하겠네요.

 

체질이 그래서 나온겁니다. 전 그런 성격을 고치고 개선하기 위한 준비도 되어 있지 않고, 자신도 없습니다.

심지어 고치려고 노력해도 안 고쳐지는 부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저는 관리자를 해서는 안 되는 그런 성격입니다.

만약에 나중에 다시 할 일이 생기더라도, 더욱 많은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단점을 이해해주고 보완해줄 수 있는 조언자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팀장이라는 직책을 내려놓고 관리 업무도 내려놓지만,

업무에 연관되지는 않았지만, 제가 책을 집필했던 그 주제. Python이라는 주제.

이 언어를 가지고 사내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한 엔지니어로서 새롭게 시작할 것 같습니다.

어찌 되고 보면 저에게는 굉장한 기회가 될 수도 있고. 그러네요.

 

드디어 제가 스스로 관심 가지고 공부했던 분야를 실무에서 쓰는 날이 오는 것인가..

결국 뭐가 됐든 제가 잘 하지 않으면 소용없겠죠. 그래서 더 열심히 잘 해야 하는 것이고요.

말 그대로 회사는 증명하는 자리지 배우는 자리가 아니니까요.

 

 

이 글을 왜 IT 카테고리에 썼냐. 

IT 개발 기술 관련된 자료도 중요하지만, 글쎄요.

30대 후반부터 40대 이상의 개발자로 보냈던 IT인들.

하지만 특출나게 뛰어나다고 볼 수도 없고 그저 그런 개발자로만 지내오다가 미래를 걱정해야 할 때.

 

과연 나는 관리자로 전직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기획자가 되어도 성공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결국 해답은, 자신의 체질과 성격을 보다 명확히 파악해서,

자신감만 가지고 들이댈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해 냉정히 평가해서 되겠다 안 되겠다 생각해 보시고.

그래도 꼭 해야 되겠다 한다면 어떤 것에 더욱 집중을 해야 할 지를 스스로가 느끼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