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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ous (20-22)/Society

텔레그램 n번방을 통해 알아본 가상공간의 현실

사진출처: tommorowwhat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보고 경악하지 않을 사람은 아마도 없었을 것입니다.

저도 당연하게도 저런 방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뉴스를 통해서 처음 알았던거고요.

 

아동섬범죄는 어떤 이유로든 용서받아서는 안되는 죄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주동자 2명을 살펴보면 이유가 완전히 다르죠. 한놈은 돈 때문에. 한놈은 그저 취미로 즐기고 있다라던가.

이유가 어찌되었든 간에 분명히 죄의식을 가지고 했다기 보다는 그저 하나의 놀이 정도로 생각했다는 점에서는 분명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는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상공간입니다.

가상공간에서는 누구든지 왕이 될 수 있고, 누구든지 대표성을 가진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좋은 쪽이든, 저런 범죄와 같이 나쁜 쪽이든 말이죠.

 

현실에서는 찌질대고 살다가도 온라인에만 들어서면 마치 전장의 마에스트로와 같은 사람들이 의외로 다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저 또한 약간은 그런 유형의 사람 중 한 명이라는 것도 인정합니다.

 

오프라인에서는 그냥 평범하고. 남들보다 잘 살지도 못하고. 누구보다 말도 못하도 약점도 많고.

어떤 면에서 보면 사회성도 약간은 부족한 면이 있다가도.

반대로 온라인에서는 청산유수처럼 말하기도 하고 특정 집단에서는 관리도 해 보고 자신감이 넘치기도 하고.

사실 블로그를 시작한 지도 12년이 다 되어가는데, 그런 동기에서 시작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여러 가지 동기가 있었겠죠.

 

제 과거사를 간단하게 언급하자면, 초등학교 중학교 생활은 남들보다도 훨씬 불행한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그러다 고등학교 생활은 어느 정도 정상적으로 보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긴 했지만,

사실 남들처럼 막 인싸이거나 그런 수준까지는 아니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PC통신이라는 것이 나오고. 나우누리라는 것을 접해보고.

호기심에 PC통신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다가 그냥 그것이 재미가 있어서 자신감도 붙고 소모임도 만들고.

오프라인에서 약간은 결여된 자신감이 온라인에서 붙은 자신감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해봅니다.

 

그리고 나서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10대 때 생긴 감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은 사실인가봅니다.

지금도 이러는거 보면 말이죠.

 

다만 일반적인 키보드워리어하고는 다른 점이 있다면?

저는 온라인 활동을 시작한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돌아봤을 때 오프라인 활동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알게된 사람들을 오프라인으로도 많이 만나고. 그렇게 해서 알게 된 사람들 사이에서도 온라인에서의 자신감이나 그런 부분은 쭉 유지되어오기도 했고요.

그래서 온라인, 모임이나 게임 등에서 만났던 사람들하고는 실제로 만나도 그런 자신감이 유지되기도 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제 이야기였습니다.

요약하자면 온라인 활동을 통해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도 많았고.

익명이라는 가면을 쓰고 활동하는 그런 악성 유저보다는 또 다른 저의 정체성을 유지한 상태로

특정 집단들 앞에서는 자신있게 오프라인으로도 만나고 온라인/오프라인 활동도 해 왔다고 볼 수 있으려나요.

 

위 문장에서 주목해야 할 단어가 있다면. '특정 집단'입니다.

특정 집단에서만큼은 누구에게도 뒤떨어지지 않는 그런 사람.

다만 그것이 온라인에 제한된 것이냐, 오프라인/온라인으로 넓혀나가는 것이냐.

 

유튜브에서 방송하는 유명 유튜버들이 흔히들 생각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내 방송에서만큼은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훌륭하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고객이 최우선인것은 맞지만, 적어도 나라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다라는 어필도 확실히 한다고나 할까요.

 

유튜버들은 그렇다면 온라인에서만 뛰어난 사람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 사람들 역시 제가 가진 생각관 거의 유사하게 '특정 집단'에서만큼은 능력을 출중하게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미 얼굴을 드러내고 방송을 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자부심이자 숨길 것도 없기 때문이지요.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요. 얼굴 까면 신원추적하는 것이 금방인 세상이거든요.

 

가상공간이 가상공간이 아닌 세상이 된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가상공간은 현실하고의 분명한 괴리는 존재합니다.

전문 유튜버들은 자신만의 방송공간 자체가 이미 현실입니다. 그것으로 먹고 살고. 생계수단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현실과 가상공간 자체가 별도입니다.

저만해도 월급벌어먹고 아기 키우고 사는 것이 현실이지만, 한 때는 게임 이거저거 하면서 길드마스터도 해 보면서 그 속에서 어울린 '특정 집단'에서 존재감을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칫 잘못하게 되면 온라인 활동 자체가 생계수단이 아닌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런 가상공간에 빠져서 현실 인식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할 수가 있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SNS 스타가 될 수는 있습니다.

게임에서 길마를 하고 왕성하게 활동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그게 생계가 된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본래의 자신이 누구인지 파악조차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거만해지고. 주변을 돌아볼 줄 모르고.

현실을 파악하지 못해서 생활비는 1원이라도 아끼려고 하는데 그 집단을 위해서 쓰는 돈은 몇백만원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나중에 뒤돌아 봤을 때에는 내가 도대체 뭐했지? 하고 후회하기도 하고.

 

그나마 후회라도 하면 다행입니다.

그런데 후회조차도 안하고 아직도 가상공간에 사로잡혀서 현실에서의 거짓된 모습은 가짜고 온라인이 그저 진짜다

나는 문제없다라고 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많습니다.

 

이번 n번방 사건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무엇일까요.

그들은 얼굴을 단 한번도 회원들 앞에서 드러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범죄를 스스럼없이 저지르고. 죄의식도 없을 것이고.

아마도 그들은 지금 구치소에서 감히 날 건드려? 라고 생각하고도 남을 겁니다.

 

온라인에서의 가상공간은 분명 또 다른 나를 찾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면 공격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일베 등과 같은 특정 커뮤니티에서의 공격성을 보면 그것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죠.

왜냐. 어차피 나 누군지 못찾아. 내맘대로 할거야.

스트레스도 풀고. 그러다 집단 형성돼서 거기서 활동하면 진짜 뭐라도 된 사람마냥 그러고.

 

인터넷에서의 사람의 심리를 가장 잘 분석할 수 있는 곳을 들자면,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의 황상민 교수님쪽에서 그런 것을 잘 분석한다고 합니다.

한 때 대학원을 다니다가 다 때려치고 심리학 공부해서 그 교수님 밑에서 들어갈까 고민까지 한 적도 있었을 정도로

그 쪽 분야의 대가이기도 합니다.

 

사진출처: 서울신문, 황상민 교수님

최근 들어서. 어렸을 때부터 유튜브를 접하고. 인터넷을 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쓸 줄아는 노년층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요.

그런 환경에서 가상공간에서의 '특정 집단'에서의 활동, 그리고 공격성은 더더욱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일부는 그것을 표현의 자유라고 칭하기는 하는데. 과연 그럴까요?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아무 막말이나 한다면 그것이 어떻게 표현의 자유가 될까요.

적어도 그건 아니지 싶습니다.

심하게는 n번방과 같은 범죄의 근원이 되는 것도 그런 원인이겠죠.

 

가상공간과 현실의 괴리감이 적은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무슨 말과 행동을 해도 또 다른 나이자 표현의 자유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상공간과 현실의 괴리감이 큰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은 표현의 자유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 왜곡된 표현의 자유라고 칭하는 것이 더욱 맞겠네요.

 

부모교육의 중요성이 여기서 드러납니다.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이것저것 다양하게 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적어도 현실과 가상의 괴리감이 큰 아이로 키우게는 하지 않을겁니다.

 

지금은 어떠한 가상공간에서도 모두 다 손을 떼고 현실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만.

어쩌면 그것이 현실과 가상의 괴리감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큰 약이 될 수도 있다라는 생각도 해 보겠습니다.

 

자신을 잃거나 혹은 왜곡하지 마세요.

현실의 모습이 진정한 자신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