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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ous (09-19)/Sports

아르헨 축구를 폄하하지는 말자.

결과론적만 보면 실패한 축구는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라도나를 폄하하거나 아르헨의 축구를 평가절하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축구는 11명이서 하는 경기로,
11명을 통솔하기 위해서는 감독이 어떤 스타일의 축구를 지향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그런 고로, 감독 스타일에 따라 내 짧은 지식에 의거하여 축구 포메이션이나 전술을 분석해 보면,
1. 스타플레이어가 없이 오로지 조직력만을 앞세운 축구,
2. 특정 스타플레이어를 앞세워 화려한 공격력을 앞세운 축구,
3. 특정 스타플레이어를 중심으로 조직력으로 뭉치는 축구
4. 특정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토털사커를 지향하는 축구

정도로 나눌 수 있겠다.

1번의 대표적인 예는
이번 브라질 국대, 전년도 무리뉴 감독의 인터밀란, 카펠로의 잉글랜드 국대 등.

2번의 대표적인 예는
이번 아르헨티나 국대, 예전 호나우두 시절 브라질 국대, 과르디올라의 FC바르셀로나 등.

3번의 대표적인 예는
박지성이 이끄는 대한민국, 혼다가 이끄는 일본, 드로그바의 코트디부아르 국대 등.

4번의 대표적인 예는 쉽게 꼽기는 어렵지만, 그나마 그래도 들어보자면
이번 가나, 멕시코 국대, 반 갈의 바이에른 뮌헨, 2002년 대한민국(?) 등..

이번 4강 전력만 따로 놓고 봤을 때는,
우루과이 - 3번
네덜란드 - 1번
독일, 스페인 - 4번
(스페인은 사실 모두가 스타플레이어이기 때문에 특정 선수 위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면에서 4번으로 분류를 해 보았음)

정도로 보고 싶다.


1번의 장점은 팀을 당장 우승권으로 올려놓을 수 있다. 
1번의 단점은 재미없는 축구라는 말을 많이 들을 수 있다. 소위 말해 안티축구도 그 중에 속한다.
1번의 요구조건은 선발멤버가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선수들로 구성되어야 하며, 감독의 카리스마가 제일 중요하다.

2번의 장점은 누가 봐도 아름다운 축구를 볼 수가 있다.
2번의 단점은 특정 선수가 막히면 경기를 풀어나가기 어려우며, 한번 말리면 크게 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2번의 요구조건은 특정 스타플레이어가 세계 최정상급(S급 말고 SS급)이어야 하며, 한명이 게임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

3번의 장점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는 좋은 성적을 낼 수가 있다. 
3번의 단점은 어느 일정 수준 이상에서 한계를 드러낼 수가 있으며, 그 선수가 빠졌을 때는 경기 양상 자체가 확 바뀐다.
3번의 요구조건은 주로 약팀으로 분류될 만한 팀에서 주로 나오며, 특정 스타플레이어 이외의 선수들이 세계 무대 수준의 
레벨이라 보기 어려워서 그 선수를 중심으로 팀이 뭉쳐야 할 경우에 주로 나타나는 전술 형태라 볼 수 있음.

4번의 장점은 2번 못지 않게 아름다운 축구를 볼 수 있다.
4번의 단점은 특별한 단점을 찾기 힘들다. 의외의 상황에 질 수도 있지만, 그것을 단점이라고 보기는 어려움.
4번의 요구조건은 1번과 마찬가지로 선발멤버가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선수들이어야 하고, 
조직력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준비기간을 필요로 하며, 감독의 전술적 역량 또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즉, 딱히 단점을 찾기는 어렵지만 요구조건이 다른 것에 비해서 상당히 많이 필요로 한다.

브라질, 아르헨 축구는 주로 2번이나 4번이다. 하지만 펠레나 마라도나로 인하여 2번을 더욱 선호하는 편이다.

다른 남미 국가나 북중미 축구, 아프리카 축구는 주로 3번을 선호하는 편이다. 아메리카, 아프리카 애들은 공격을 좋아하니까. 
(예외가 있다면 북아프리카 축구 정도. 북아프리카 축구는 아프리카 스타일보다는 조직력 위주의 축구를 추구하는 것 같음)

스페인, 잉글랜드는 전통적으로 4번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들은 4번을 선호하는 것에 비해서 요구조건이 항상 딸린다.
그래서 월드컵에서 매번 발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잉글랜드는 그래서 부른게 카펠로지만.. 지독하게도 운이 없었다.

네덜란드 역시 4번을 선호하고 독일은 1번을 선호하였으나, 시대적 분위기와 감독 성향 영향 탓인지. 두 축구가 바뀌었다.

포르투갈은 2번을 지향하지만 뭔가가 항상 부족하곤 했다.(루이스 피구-호날두를 보면 그나마 스타플레이어가 나오긴 함)

프랑스는 지단 시절 2번을 선호하였지만 지단이 사라지고 나서 1,2,3,4번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막장 축구를 보여줬다.
(그래도 자기들 단에서는 지단같은 선수가 없으니 4번을 추구하려고는 했을 것이다)

그 외 다른 유럽 국가의 경우에는 특출나게 잘하는 선수가 있을 경우 3번, 없을 경우 1번을 선호한다.
대표적인 나라는 단연 이탈리아를 들 수가 있으며, 유로 2004 시절의 그리스 역시 항상 1번이였다고 해도 좋다.

사실 유럽축구가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의외로 남미와는 다르게 수비 지향적인 축구를 주로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특정 선수가 있는 팀이라면 그 선수를 중심으로 공격을 이끄는 편이긴 하지만, 대스타가 나오는 국가들은 아니다. 
요한 크루이프나 베켄바우어, 에우제비오, 지네딘 지단는 위에서 예외로 언급했던 국가 출신 선수들이 아닌가.
파멜 네드베드(체코)와 같은 경우는 당시 체코가 완벽한 3번에 가까운 축구였다고 봐도 좋을 것이며,
그 외의 공격축구를 지향하는 유럽 몇몇 나라 역시 2번이나 4번의 요구사항을 만족하기는 어려웠다고 본다.

아시아는 항상 1번과 같은 축구를 추구하였었다. 그동안 축구 변방이다 보니까 걸출난 스타도 없었으며,
공격 위주로 하기에도 받쳐주는 선수들이 없어서 매번 고전했었으니까. 박지성이나 혼다의 등장은 참으로 센세이션할 정도.
앞으로 아시아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점차 1번->3번 위주로 나가면서 세계적인 선수들이 좋은 무대에서 활동해야 한다.


이번에 브라질 축구가 욕을 먹는 이유는 8강에 탈락해서가 아니다.
전통적인 브라질 축구의 색을 잃은 데다가 우승까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둥가감독의 전술과 선수 운용에 대해서 가장 말 많았던 부분은 바로 브라질 색이 아닌 축구를 추구하였다는 것.
결국 이러한 축구는 우승을 해도 팬들로부터 좋은 소리를 듣지도 못하는 마당에 우승까지 못했으니..
귀국하자마자 괜히 짤린게 아니다.


아르헨티나 역시 브라질과 마찬가지로 8강에 탈락했다. 그것도 4:0 대패로.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브라질과 같은 축구는 하지 않았다.

마라도나가 감독이 되고 나서 가장 유명했던 사건은 바로 리켈메를 발탁하지 않은 것.
이 의견에 대해서는 당시부터 심지어 지금까지도 말들이 정말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결과론적으로만 본다면 리켈메를 발탁하지 않은 것이 마라도나의 큰 잘못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보면 발탁하지 않은 것이 크게 잘못되었다고만 생각하지도 않는다.

2006년과는 다르게 이미 리오넬 메시가 급성장해서 세계 최고의 골잡이로 자리매김을 하였고,
마라도나 또한 이를 모를 리가 없었을 것이다.
마라도나는 바로 자신이 축구를 했던 시절의 그 축구로 회귀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르헨티나가 한창 잘나갔을 때의 축구. 한명이 모든 것을 바꾸어놓을 수 있는 축구.
리오넬 메시를 그 적임자로 보고 어쩌면 처음부터 메시 위주의 축구를 하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래서 당시 아르헨티나를 진두지휘하고 있었던 리켈메를 일부러 내쳤다라고 판단했다면 어땠을까?

캄비아소와 자네티를 발탁하지 않은 것은 리더십이 뛰어난 선수이다 보니 오히려 마라도나가 탐탁지 않게 여겼던 듯.
사실 캄비아소와 자네티, 밀리토는 무리뉴 스타일에 최적화된 선수로, 화려함보다는 조직력 위주로 하던 선수들이다.
즉 마라도나가 바랬던 그런 스타일과는 맞지 않았다고 판단했을 지도 모른다.

사실 감독이 전권을 휘어잡고 감독이 원하는 대로 축구를 하고자 했더라면,
실력 여부를 떠나서 자신의 리더십에 방해가 되는 선수를 내치는 것은 마땅하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오히려 감독에게 충성하고 어떤 전술이나 축구를 하더라도 이를 존중할 수 있는 선수들을 원했다고 봐야 한다.

남미 지역예선에서 아르헨티나가 죽쑨것은 말그대로 마라도나가 감독이나 지도자 경험이 전무하다 보니까,
메시 위주로 무언가 전술도 짜보고 운용도 해 봤지만 그것이 엇박자가 나서 안된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라도나 입장에서는 메시와 함께 전술 및 운용에 대해서 논의도 해보고,
무리뉴 감독에게 조언을 구하면서까지 전술에 대한 수업을 들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과는 8강까지는 진출, 하지만 8강에서 독일에게 대패.
화려한 공격축구는 그것이 막혔을 때 경기가 꼬이기 마련.
게다가 아르헨티나는 수비 조직력이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타 팀에 비해서)
한번 뚫리면 그대로 골을 먹을 수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아르헨티나의 축구는 이기면 대승, 못해도 신승, 지면 대패를 할 수밖에 없는 축구를 한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메시는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것만은 인정한다. 
또한 마라도나의 뒤를 이을 만한 그런 선수가 되었는지를 보여줄 만한 가능성은 인정하였지만,
아직까지는 따라가지는 못했다는 생각 또한 든다.

메시 위주의 단조로운 전술?
풋. 경기를 혼자서 지배할 수 있을 만한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 위주의 전술을 짜는 것이 아르헨티나 축구다.


비록 그 결과는 처참하게 무너졌을 지라도,
마라도나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던. 아르헨티나 고유의 축구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다고 본다.

마라도나가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경질되거나 물러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초보 감독에 불과한 그이지만, 서서히 감독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만의 특유한 거만함과 자신감, 그리고 자부심은 가지고 있으니.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