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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ous (09-19)/Life

운이라는 것.

'운'이라는 것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다음과 같다.

    운(運)
    =운수(數)

'운'이라는 말 자체를 수많은 분야에서 사용하긴 하지만 이번에 쓸 글은 2010 월드컵으로 범위를 제한해서 써본다.


얼마전에 아르헨티나한테 졌다. 그리고 나온 기사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이 말이 잘못되었다거나..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왜냐하면 기사 내용을 보니까, 

1. 박주영이 운이 없어서 자살골을 넣었고,
2. 아르헨 세번째 골은 오프사이드인데 골로 인정되었다.

이건 진짜 운이 없다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건 나도 인정한다.

그런데, 여기서 진짜 탓하고 싶은 것은 과연 운이 없는건 사실인데 운이 없어서 패한 것일까가 의문이다.

여기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No' 이다.


아니, 누가 운이 없을만한 상황을 사전에 만들래?
안만들도록 잘해놓고서 운때문에 졌으면 내가 말을 안해.. 쯧쯧
근데 그게 아니잖아..!

그러므로, 운이 없는 상황이 몇 번 있긴 했지만, 운이 없어서 진것은 절대로 아니다.

자, 그렇다면 그동안 치른 경기 중에서 운이 없어서 진 경기가 있는지를 보면 간단하다.

1일차
남아공 vs 멕시코 - 객관적 전력과는 다르게 상당히 대등하게 진행된 경기. 두 팀다 잘했다. 무승부가 나올만함.
프랑스 vs 우루과이 - 우루과이가 1명 퇴장당하고도 무승부가 나왔는데, 당시의 상황으로 봤을 때 전혀 이상하지 않음



2일차
한국 vs 그리스 - 그리스가 못했다. 경기 내용으로 봐도 우리나라가 이기는게 당연할 수 밖에 없었음.
아르헨티나 vs 나이지리아 - 아르헨티나가 수차례 골 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승패가 바뀐 것은 아님. 이건 넘어감.
영국 vs 미국 - 제라드가 골넣으면 뭐하나. 키퍼가 삽펐는데. 이건 운이 없는게 아니라 키퍼를 까는게 맞다.



3일차
알제리 vs 슬로베니아 - 신의손이 걸려서 졌으면 당연한 결과라 봐도 됨.
세르비아 vs 가나 - 세르비아가 전체적으로 우세한 경기를 이끌었지만 가나가 경기내용이 나쁜것도 아님. 페널티킥이 나왔으면 당연히 가나가 이기는게 이상하지 않음.
독일 vs 호주 - 이건 넘어감. 말할 나위가 없음.


4일차
네덜란드 vs 덴마크 - 네덜란드가 전반적으로 잘해서 이긴거긴 한데, 덴마크도 그렇다고 못한 것도 아님. 전반전 수비만 봤을 때에는 네덜란드를 잘 틀어막았고, 후반 시작하자마자 자책골도 운이 없어서 들어간 것이다. 박주영의 자책골과 유사하게 운이 없다고 볼 수가 있었지만, 자책골이 나올 만한 상황이 세트플레이와 같은 위험한 상황에서 나왔다기 보다는 반페르시가 치고달리기를 잘해서 나온 크로스가 폴센이 걷어내기까지는 성공하였으나 아게르의 등에 맞고 들어간 골이라는 점에서 운이 없었다고 판단함. (그렇다고 오른쪽 수비가 반페르시에게 공간을 내줘서 센터링을 허용했다고 보기는 어려웠음)

이 경기와 같은 경우는 덴마크가 네덜란드를 이길 수 있을 만한 경기력을 선보였다고 판단하긴 어렵지만,
네덜란드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며 무승부가 나기에도 전혀 이상한 경기가 아니였지만 그 부분이 제일 큼.



일본 vs 카메룬 - 객관적 전력과는 전혀 다르게 일본이 충분히 이길만한 경기력이였다.
이탈리아 vs 파라과이 - 그냥 그랬다. 이 경기는 자세히 눈여겨보지 않았음.

5일차
뉴질랜드 vs 슬로바키아 - 슬로바키아가 운이 없었다기 보다는 뉴질랜드의 투지를 칭찬하고 싶은 경기.
코트디부아르 vs 포르투갈 - 호날두 프리킥이 골대를 맞는 등이 불운이 있긴 했는데, 0:0 경기 중에서는 백중세에 양팀 수비가 기가막히게 잘 막은 경기가 많아서, 양팀 모두에게 공정한 무승부라고 판단됨.
브라질 vs 북한 - 전력과는 전혀 다르게 점수 만큼의 경기력을 선보인 경기.


6일차
온두라스 vs 칠레 - 칠레가 전반적으로 잘한 것에 비해 점수 차는 많이 안났지만, 어쨌든 칠레가 이길만한 경기임.

스페인 vs 스위스 - 비야 원톱전술에 점유율축구를 했다는 점에서는 전반적으로 잘 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경기이지만, 주요 순간에서 골 운이 따라주지 않은 것은 사실임. 그러나, 정말 운이 나빠서 스페인이 골을 넣지 못했다기 보다는 스위스가 수비를 잘해서 실점하지 않았다는 것에 더욱 높은 비중을 두고 싶으며, 스위스의 역습에 의한 득점은 높이 칭찬해 줄만 함. 스페인이 점유율에 공격위주의 축구를 한 것도 사실이지만, 스위스가 충분히 이길만한 경기를 했으며, 수비 조직력이 뛰어났기에 실점하지 않을 수 있었음.

이 경기는 선수 능력이나 경기 지배력 등등을 봤을 때는 스페인이 이겨야 하지 않았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운이 없어서 스페인이 진 경기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움.



남아공 vs 우루과이 - 포를란-수아레즈 쇼. 무슨 말이 필요하랴.

7일차
한국 vs 아르헨티나 - 하하하.. 넘어가자.

그리스 vs 나이지리아 - 카이타가 발차기해서 퇴장당한건 그리스에게 정말로 행운이다. 설마 저 선수가 발차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만한 사람이 누가 있었던가? 사건의 발단인 토로시디스도 예상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퇴장이 나온 경기가 앞에 몇몇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였을 때, 그리스가 수적 우세를 이용하여 역전승한 첫번째 경기라는 것에서는 정말로 그리스의 투지를 칭찬해야 마땅하다. 퇴장이 행운이라 할지라도 그리스가 넣은 골은 행운이 아니라 주어진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은 실력으로부터 나온 것. 
역시 운이 좋아서 그리스가 이긴 경기는 절대로 아님.



프랑스 vs 멕시코 - 콩가루 막장 집안을 상대로 무너뜨리는 것은 멕시코에게 있어서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8일차
독일 vs 세르비아 - 희대의 불운으로 인하여 승부가 완전히 뒤집혀버린 경기. 요하킴 뢰브 감독이 정말 측은해진다. 먼저, 클로제의 카드 두 장은 퇴장감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으며, 축구 전문가들조차 전혀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퇴장 결정에 가까웠음. 그것부터가 불운의 시작이였다.

그러나, 수적 열세에 지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후반 초중반의 독일의 투혼은 놀랍기까지 하였다. 
전반전에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외질이 서서히 살아나고, 포돌스키의 위치선정이 이루어지면서 수차례 찬스를 맞이하였지만, 포돌스키가 긴장하였는지 골을 못 넣은 것은 그 선수 잘못인건 맞다.
하지만 페널티킥 찬스는 정말 아쉬운 장면 중 하나다. 오른쪽으로 찬 볼을 세르비아 키퍼인 스토이고비치가 선방하였지만, 리플레이를 보면 알겠지만 스토이고비치가 포돌스키를 완전히 속이면서 자세를 바꿔가면서 왼쪽으로 점프할 것처럼 유도했다는 것은 포돌스키가 삽질을 했다기 보다는 진짜 스토이고비치가 너무나도 잘 선방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그 이후로는 독일이 3연타 슛을 때렸는데, 두번째 슈팅인가. 케디라의 중거리 슛이 골대 맞고 안으로 들어가는 듯하다가 나온 장면은 정말 안타깝기까지 하였다. 

독일이 운이 없어서 퇴장당한 것도 억울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수차례 몰아치고 수없이 좋은 기회를 많이 맞이했었지만, 운이 없어서 들어가지 않은 골만 수차례이며, 그렇게 해서 기회를 놓쳤을 때 힘이 빠지게 되면 어디 이길 수가 있겠는가. 뢰브 감독의 마르코마린, 마리오고메즈 등 3명의 교체 타이밍이나 의도는 내가 봤을 때에는 매우 적절하다고 판단되었지만, 외질이 체력적으로 고갈된 면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진 것은 아니였는가 싶다.

스페인vs스위스 경기와 독일vs세르비아 경기를 비교해서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점수도 1:0이고 강팀이 진 것까지 공통적임)
세르비아가 결코 못한것도 아닐 뿐더러 지기치가 서포트를 잘해주고 크라시치가 맹활약해서 이기긴 했으나
당시 경기 상황은 전혀 달랐다.

0:0 이였을 시 상황
스vs스 - 스페인이 계속에서 몰아쳤다. 그 상황에서 골을 넣었어야 했으나 결국 넣지 못했다. 크로스바를 맞아서 넣지 못한 부분도 몇 차례 나왔지만, 그러기에는 스페인의 슈팅 개수가 충분히 많았다.
독vs세 - 독일이 몰아쳤다기 보다는, 템포를 늦추면서 지공으로 전반전에 체력 안배를 하면서 느슨하게 경기를 이끌어갔다. 특별한 찬스가 없었긴 했지만 게임은 전반적으로 독일이 이끌어갔다.

1:0 이후 상황
스vs스 - 오히려 득점 이후는 스위스의 역습이 더욱 빛을 발하였다. 더 달아날 수도 있었던 상황임. 특히 스페인은 특별히 퇴장당하거나 그런 요소도 없었음.
독vs세 -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실점 이전에 비해서 더욱 치고 나가는 경기를 발휘하면서 투혼을 발휘하였지만 결국 그 한계를 불운으로 인하여 (세르비아가 잘한 것도 있지만 페널티킥을 허용했다는 것 자체를 엄청나게 잘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움) 골을 넣지 못하고, 결국 체력 고갈로 패배하였음.




슬로베니아vs미국 - 연거푸 희대의 불운이 일어난 경기라고 봐도 될까. 미국이 0:2에서 2:2로 만드는 투혼을 발휘하고, 역전골까지 성공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반칙이란다. 아무리봐도 반칙 장면은 없었는데.
그 상황에서는 파울을 불어서는 절대로 안되는 상황이였다. 솔직히 말해서 미국이 이겼어야 되는 경기였다.



영국vs알제리 - 생략. 이건 뭐..


9일차
네덜란드vs일본 - 1:0 경기치고 상당히 재밌을만한 경기였다. 일본이 상당히 잘했고, 동점 내지는 이겼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경기라고나 할까. 하지만, 운이 나빠서 일본이 졌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으며, 종이 한장차이 싸움에서 네덜란드가 이겼다고 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가나vs호주, 덴마크vs카메룬 - 아직 분석 안들어가서 뭐라고 쓰기가 좀 그러함.. ㅋ (이 경기할때 전 여행중이였어용)


결론은, 운이 없어서 진 경기가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만 보면
1위 - 미국vs슬로베니아
2위 - 독일vs세르비아
3위 - 네덜란드v덴마크

그거 외엔 운이 없어서 승패가 갈린 경기는 내가 봤을 땐 단 한경기도 없다.

(무당이라도 불러야 되려나)

골닷컴 기사엔 이런 말이 나오더라.

'하지만 한국과 아르헨티나전의 오심은 애교 수준에 가깝다.'

우리나라가 아르헨티나한테 운없어서 졌다고 생각한다면,
최소한 내가 바로 위에 언급한 저 세 경기나 보고 그런 말이 나오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봤음 좋겠다.

(경기력과는 상관없이 운도 지지리도 없으신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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