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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접는다는 것

요즘 제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알아보았습니다.

육아. 건강. 부동산. 부동산. 부동산. 

뭐 이 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저를 항상 따라다니는 존재. 게임이라는 것도 더불어 있네요.

 

개가 똥을 끊는다고. 하던 게임을 접을 수는 있어도 결국은 또 다른 게임을 시작하게 되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게임을 하지 않고 살은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가리지 않고 이거저거 많이 했었고.

 

하지만 문제는, 현 시점에서 제가 하고 있는 게임은 2개가 있었고.

그 2개를 재미있어서 열심히 하고 그런 게 아니라, 뭔가 재미라는 것을 잃은 상태에서 숙제 개념으로만 하고 있다는 거.

어제 하루만 보더라도, 게임 2개를 하기 위해서 일일퀘스트를 어제 아침 지하철길하고 출근한 다음에 뚝딱해버리고 그 이후로 잘때까지 게임을 아예 켜지도 않았을 정도입니다. 즉 정이 사실상 다 떨어졌죠.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취미생활로 할 수 있을만한 것을 뭔가 의무감에 의해서 하는 것은. 적어도 그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침을 먹으면서 느긋하게 바깥을 바라보면서 태블릿과 휴대폰에 있는 게임을 싹 삭제했습니다.

 

여기서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한 번 떠올려 보겠습니다.

왜 사람들은. 재미로 했던 게임에 흥미를 잃었는데도 왜 계속 하는 것일까?

 

게임에 중독되었기 때문?

→ 아닙니다. 중독이라고 함은, 통상적으로 금단현상을 수반해야 합니다. 

그런데 하던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막 하고 싶고 미쳐버릴 것 같고 그럴 상태라면.

그건 아직 게임이 재미있는 상태인 것입니다. 흥미를 잃은 상태에서의 중독은 없습니다.

물론 담배를 피고 싶지 않는데도 못 끊어서 피는 사람도 많았지만(제가 예전에 그랬었죠),

그 상태에서도 담배를 피지 않으면 뭔가 미쳐버릴 것 같은 그런 현상이 있기 때문에 피기도 했었습니다.

 

게임이 마약이라는 이론에서 엇나가는 이유는, 담배는 피기 싫어도 금단현상 때문에 피게 되지만, 게임은 하기 싫을 때 막 하고 싶어서 미치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것이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요.

 

다만 게임 내에서 가챠 등의 시스템을 이용해서 뭔가를 뽑기 위해서 무제한으로 돈을 쓴다면, 그것은 도박장에서 돈을 쓰는 것과 동일한 원리이므로 중독이 맞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게임 자체가 중독이 아니라 게임 내 일부 시스템에 한정해서 중독이라고 표현해야 되겠죠.

 

 

게임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헤어지는 것이 싫어서?

→ 사실 그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혼자 하는 게임이라면 그냥 안하고 끊으면 그만이지만, 같이 하는 사람이 있고(오프라인 친구라던가, 하지만 대부분은 온라인에서 만난 길드 등의 단체에 소속된 경우겠죠), 그 사람들과의 정(精), 의리 때문에 게임 자체는 겁나게 재미없는데도 하는 것이 이유일 수 있습니다.

사실 길드 활동을 어느 정도 수준 이상으로 하면서 게임을 그만두지 못한다면 열에 아홉은 그 이유 때문입니다.

저도 잠깐 하다 접은 게임이 아니라 꽤 긴 기간을 두고 했던 게임을 접었을 때의 이유가 100% 이 것 때문이고요.

 

이럴 경우에 게임을 그만둘 만한 동기부여는 의외로 쉽게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게임 내 커뮤니티 활동 자체에 싫증을 느낀다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거나, 친하게 지냈던 사람이 게임을 접거나.

그랬을 때 게임을 해야 할 동기부여가 확 떨어질 수 있습니다.

 

 

게임에 쓴 돈이 아까워서?

→ 사실 이것도 만만치 않게 큰 요인입니다.

왜 사람들이 게임에 돈을 쓸까요? 99% 이상은 과시욕입니다. 

랭커가 되고 싶거나. 최고가 되고 싶거나. 그리고 사람들에게 나 이런 사람이야라는 것을 과시하고 싶거나.

요즘 메타버스 이런거 막 유행하잖아요. 그래서 가상현실 속의 나에게 투자를 하는 개념으로 게임을 하는 것.

모바일 게임을 현질하는 금액으로만 본다면 90% 이상이 다 게임 속의 나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확고하게 하기 위한 것이고, 10% 정도가 게임 내 편의를 위해서 사용되는 금액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금액이 아닌 빈도로 본다면 거꾸로 70% 이상이 게임 내 편의를 위해 사용되는 비용이고, 30% 이하가 자기 과시를 위한 비용이고. 

즉 그만큼 자기 과시에 쓰는 돈이 어마어마하다는 뜻입니다.

 

사실 이럴 때 뭔가 그만둬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면, 이렇게 생각하면 되더라고요.

그 동안의 시간 동안에 사용했던 비용은 이용료라고 생각하고, 앞으로의 기회비용을 줄이는 것에 집중하자.

즉 현재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본다면 게임에 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게임에 몇 천만원을 쓰고 재미없다고 쿨하게 계정을 삭제하는 사람들이 간혹 나오는데.

조금 멋있는 것 같습니다.

 

 

어찌되었든. 저도 이젠 서서히 나이를 먹어가고.

무언가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의무감 때문에 게임을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아닌 것 같습니다. 

의무감으로 하는 것은 소득 창출 행동 그 이상이 되어서는 안되겠죠.(대표적으로 회사 근무)

 

취미는 취미로만 즐기자.

그리고 다른 해야 할 것도 많으니, 그것에 집중하자.

가상 현실의 나를 꾸미고 과시하고 싶다면, 그 시간에 현실 세계의 나를 꾸미는 데 집중하자.

 

이 정도가 결론이겠네요.

 

원래 하던 게임 2개 같이하던 분들. 수고하세요. 전 먼저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