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노예

정말. 오랫만에. 이 블로그 타이틀과 매우 잘 맞는 주제로 글을 써본다.

종교라는 것은 그 영향력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물론 난 종교가 없지만, 역대 역사를 돌이켜봤을 때 종교가 갖는 힘은 엄청나기도 하다.
사실 보면 크리스마스만 되면 예수 생일이라고 전세계에서 난리법석을 피기도 하고,
석가탄신일 보면 크리스마스에 비해 조용하긴 하나, 미리 대비해서 등 걸고 그러기도 하고.
이슬람국가에서는 마호메트 생일인가 맞나 하여간 그거 할 때 뭐 성대하게 하기도 하고.
종교적 접근법에 의하면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하지만 자본주의사회에서 다양한 마케팅이 등장하면서
단순히 물건만 팔아먹는 마케팅이 아닌 감성마케팅을 언젠가부터 활용해 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크리스마스 마케팅, 발렌타인데이 마케팅이다.

과연 20대 이하 청소년 중 종교가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크리스마스가 뭐하는 날인지 아냐고 물으면
예수 태어난날이라고 말하는 사람 아무도 없을걸?
오히려 산타와 루돌프 오는날 내지는 걍 공휴일 이렇게만 말할거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몰라도, 그 날이 뭐랄까. 종교를 불문하고 아름답고 뜻깊은 날이라는 점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느껴질 것이다.

감성 마케팅의 타겟이야 모든 사람이긴 한데, 그 중에서도 주요 타겟은 남녀 커플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상호 이해를 위한 관계라던가, 공통된 목표를 향해 만난 조직이라던가 그런 것이 아닌
순수하게 감정 그 자체를 가지고 인연을 맺게 된 그런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심 또는 여심을 자극하는 식으로 홍보를 하면 많이 먹혀들어간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더더욱 그러하다.
서양 문화와는 달리 동양, 특히 한국 문화의 경우에는 항상 대중적이고 집단적인 것을 추구하니
친구따라 강남은 무슨일이 있어도 가야 하고, 남들 다 사는걸 사야 유행에 따라가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감성마케팅을 한다는 것은 먹혀들어가지 않을 리가 절대로 없다.

그 또한 하나의 방법이고 이벤트이기 때문에 나쁘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왜냐하면 축구에서 이길땐 좋아하고 질때는 못했다고 비난하는 냄비근성보다는,
좋은게 좋은거라고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서 캐롤틀고 기부도 하고 트리도 만들고. 아름답잖아.

그래서인지 어느새 우리나라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연인과의 데이트가 아주 당연하게 여겨진다.  

여태까지는 참 좋고 아름다운 말만 썼다.
그런데, 세상 일이라는 것이 무릇 그렇듯이, 암이 없는 명은 없으며 명이 없는 암은 없다.
즉, 크리스마스가 단순한 예수 생일 축하일이 아닌 연인들을 위한 하나의 행사날로 자리가 잡혔지만
그런 덕분에 연인이 없거나 부양할 가족이 없는 사람에게는 결국 아무 것도 아닌 날이 되어버렸다.

물론 그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날로 끝난다면 크게 문제는 없는데,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크리스마스에 뭔가 특별한 인연을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방송매체, 언론을
비롯하여 각종 연예계, 그리고 길거리, 심지어 게임에서조차 이벤트들을 열고 그런다.
이러한 마케팅적 수단이 결국은 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보낼 수
있는 사람들에게 우울증을 가져다주는 그런 현상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3년만에 크리스마스를 솔로로 보내게 생겼다. 난 뭐 딱히 상관없다. 
그런데 오히려 주변에서 걱정을 하는 것이다. 혼자라서 외롭지 않느냐. 크리스마스는 어떡하냐.
심지어는 솔로였던 사람들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는 무언가를 해야 되겠다는 마음이 앞서서
어떻게 해서든 이성과 같이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야 한다고 하는 그런 사람들도 대다수 있다.

이번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브에 서클 사람들에게 술이나 한잔하자는 이벤트를 열었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예상대로" 참석자가 한 명도 없었다.
미련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이성하고 보낼 것이 아니면 차라리 집에 있겠다고 하거나.
크리스마스가 원래 그러라고 있는 날이 아닌데 본질이 왜곡된 대중적 사고방식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그게 마치 당연하다고 있는것마냥 행동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잘못됐다. 비판하겠다. 그런 의도로 이런 말 또는 생각을 하는것은 아니다. 
단지, 대부분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상황을 두고 봤을 때 대중들이 하는 행동이
"당연하다" "그러하다" 라고 생각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생각까지도 그렇게 변해간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맞다라고 생각하는 것.
결국 그렇게 대중의 노예가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내 소신도 의견도 없고 그런 것이 아닌, 내 소신과 의견 자체가 대중의 생각이 되어가는 것. 

자. 이제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여기까지로 끝내고, 다음엔 좀 더 심각한 이야기로 들어가자.

정치도 마찬가지다.
사람이란 본래 생각하고 표현하고 느끼는 것이 달라서, 사상을 표현하는 방법 또한 다르다.
그렇기에 한나라당이 있기도 하고, 민주당, 진보당이 있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의 현안 하나하나에 대해서 불만이 있기도 하고, 수긍을 하기도 하다.

우리나라 사회적 현상에 대한 대중의 반응 중 내가 항상 불만이 있었던 것은,
내 생각이 무엇인지를 표현하지도, 할 줄도 모르고 주변의 생각이나 말이 그럴싸하면 맞다고 생각하고
내 생각은 약간 다르더라도 주변 대중들이 이거다라고 하면 결국 이게 맞는구나라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판단하는 잣대는 다름아닌 선입관과 편견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

예를 들어보자. 강용석을 예로 보자.  
강용석이 아나운서 관련해서 적절한 말을 했다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안철수를 까는게 앞뒤가 맞지도 않고 억지가 있다고도 생각한다.
게다가 MB의 사돈이면서 한나라당 출신 국회의원이다.

여기까지가 선입관과 편견이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위의 세 줄만 봐도 강용석에 대한 그런 신뢰도나 좋은 인상은 받지를 못한다.

그런데 강용석이 최효종을 고소한 이유는, 집단모욕죄가 성립되지 않음의 결백을 증명하래서란다.
근데 사실 그 말만 놓고 보면 정당하고 사실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최효종을 마루타 삼아서 고발한 것 자체가 정당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처음부터 고소할 때 분위기 자체가 강용석이 끝까지 갈 생각도 결코 없었고, 결국 취하했다.
그리고 KBS나 개그맨들 입장에서도 저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해서 크게 개념치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강용석 입장에서는 국회의원직 박탈을 놓고 벌이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생명을 걸어야했다.
사실 특정 아나운서를 대상으로 지칭해서 한 말도 아닌데, 그것이 어떻게 집단모욕죄가 되나?
마찬가지다. 최효종이 국회의원 개그 풍자를 하는게 어떻게 고소감이 되나? 말도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나운서협회에서 강용석을 물고늘어지는 것이나,
강용석이 최효종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나 결국은 다 억지라는 소리다.
그리고 강용석은 내가 억지로 고소당해서 나도 억지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해보겠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강용석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안좋게 다가갔기 때문에,
강용석은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하는 반면, 최효종은 벌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선입관과 편견으로부터 나온 폐해이자 생각의 전이이다.
결국은 똑같이 처벌을 받던가. 똑같이 처벌을 받지 말던가. 그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나는 개발자다. 그런데 대통령이 개발자가 되려면 별별 더러운 짓은 다 해야 될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열받을 수도 있고, 열받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진짜 그런 과정을 거쳐서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고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뭐 찔리는게 있는가? 진짜로 그래서 그런건가? 그런데 특정인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즉 나한테 직접적으로 한말도 아닌데 왜 내가 찔려서 고소를 하고 그래야 하는데.
개발자로서의 명예를 실추시켜서? 글쎄다. 어차피 명예 실추여부는 동종업계사람들이 잘 안다.
권위있는 사람들이 그런말을 했다고 그 직업에 대한 시선이나 선입관은 하루아침에 안바뀐다.

아나운서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다 줘야만 하는 직업이라 쪽팔려서 고소한건가?
그게 아니라면. 나랑은 상관없는일이다. 국회의원이 개소리나 한다. 이러고 말면 되는데.

결국은 수사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6하원칙 중 'Who'가 빠진 사건으로 왈가왈부를 하는거다.
특정 대상이 아닌 군집이나 불특정 다수를 'Who'라고 하는 것은 전혀 말도 안되는 일이니.

하지만 사람들은 사람의 행동이나 잣대를 평가할 때 선입견과 편견 + 행동으로 판단해버린다.
그래서 이쁜애와 못난애가 같은행동을 했을 때 이쁜애는 칭찬받고, 못난애는 미움받고.
그래서는 절대로 안된다. 왜 똑같은 행동하고 평가가 달라야 하는데?  

대중들이 좋아하면 봐줄 수 있고, 대중들이 싫어하면 절대로 못봐주나?
그런 생각을 갖는다는것부터가 대중의 노예가 아니면 대체 무엇이겠는가.

최근에 연달아 터진 왕따 자살사건 2건을 보면서 오열하고 가슴아파한다.
당연하다. 오열하지 않는게 이상한거니까.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부터 생각해보자.
사람에 따라 차별하려는 태도. 그리고 왕따시키는 태도.
분명히 좋은 아이인데도 남들이 놀려먹으니까 나까지 그 아이를 놀려먹는것.
그것부터가 왕따의 시작이다.

은연중에. 대중의 생각에 이끌려가서 그것이 내 생각이 되고. 그것이 당연한 것이 되고.
왕따 자살사건에 오열하는건 좋지만, 정작 자기 자신 주변부터 한번 둘러봅시다.
나는 얼마나 사람들에게 잘해주고 공정하게 대하였는가.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마찬가지고, 대다수의 대중들도 마찬가지고.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고.
잘못한 것은 비판하되, 잘한것까지 비판하지도 말고.
잘한 것은 칭찬하되, 잘못된것까지 칭찬하지는 말고. 

사회 부조리는 이러한 사소한 것에서부터 모든것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면..
좀 더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는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