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면서 물건을 잃어버리는 경우는 아주 많은데,
때로는 물건을 잃어버림으로써 인생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적어도 나같은 경우는 그런 적이 두번이나 있었던걸로 기억한다.
첫번째는 2002년 3월.
프랭클린플래너를 야심차게 사고 다시 학교에 복학하면서 경제학을 부전공으로 신청했다.
그 당시에는 여자친구도 있었던 때였다.
새로운 마음으로 학업과 연애 모두를 제대로 해보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고
꾸준히 계획을 세우고 내 미래 플랜도 세우고 꿈도 크게 키웠다.
그런데 경제학 수업시간에.. 프랭클린플래너를 놓고 나온 것이다.
그때부터 꼬였다.
내 계획은 안드로메다로 가고..
경제학 수업은 죄다 CBCB만 맞고..
여자친구하고는 싸우다못해 지쳐서 결국 6월달에 헤어지고.
이후에 직장도 다니고 후배들과 프로젝트도 해보고 그러지만
그 당시의 충격으로 계획성없이 모든것을 추진하고 그러다가 결국 좆망.
물론 경제학 부전공은 포기하고 말았다.
결국 2004년 5월 군입대.
내 인생에서 제일 실패한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 이때이다.
심지어 자소서에서조차 그렇게 썼음..
두번째는 2008년. (몇월인진 잘 모르겠다)
TOEIC 공부를 하면서 어느 정도 영어에 대한 자신감도 붙고 그래서
이제 한단계 더 나아가서 영어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에
해커스 TOEFL iBT 5종세트를 다 사버렸다. (Vocabulary, Reading, Listening, Writing, Speaking)
그리고 동아리 사물함에 넣어놓으면서 동강도 구하고 기초부터 하나하나씩 독학하고 그럴러던 찰나에..
어떤 씹어죽여도 모자랄 놈이 내 사물함을 털어버렸다.
그때부터 꼬였다.
내 계획은 안드로메다로 가고..
토플공부는 개뿔. 영어공부 노선 자체에 혼란이 오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대학원 연구실 프로젝트 및 논문, 세미나는 개판으로 하면서 그만둘까하는 고민까지 했다.
해외 유학을 가려는 마음도 많이 먹고 있었지만 공부도 안했는데 무슨놈으 유학이냐.
내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채 대학원 연구실에서 멍때리면서 1년 보내다가 3학기가 되어서야 정신 조금 차렸다.
결국 다행스럽게도 대학원을 졸업하긴 했지만..
남겨진것은 TOEIC 825의 초라한 성적표(그것도 그나마 정신차릴때 맞은 성적임).
내가 좀더 제대로 공부했더라면이라는 것도 있지만.
사람의 의지라는게 마음먹는대로 되면 그건 신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고하고 싶다.
잃어버려서 할거 못했다는거 핑계 아니냐.
마음 가다듬고 다시 제대로 시작하면 되는거 아니냐.
이렇게 나한테 질문을 던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근데.. 직접 겪어봐라.
난 그렇게 의지가 굳고 강건하고 의연한 사람이 아닌 탓에 그게 잘 안된다.
정신적 충격이라는 것이 괜히 나오는게 아니다.
게다가 당시에 내가 받은 충격은 상상 이상의 그것이였으니까..
..첨언..
두달전에 지갑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잃어버렸는데..
그거는 다행스럽게도 인생을 바꿀만한 충격적인 일이 아니였다는 것에 심히 위안을 두고 싶다.
앞으로는 잃어버리는걸 줄여야 할텐데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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