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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ous (09-19)/Life

대중의 노예

정말. 오랫만에. 이 블로그 타이틀과 매우 잘 맞는 주제로 글을 써본다.


종교라는 것은 그 영향력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물론 난 종교가 없지만, 역대 역사를 돌이켜봤을 때 종교가 갖는 힘은 엄청나기도 하다.
사실 보면 크리스마스만 되면 예수 생일이라고 전세계에서 난리법석을 피기도 하고,
석가탄신일 보면 크리스마스에 비해 조용하긴 하나, 미리 대비해서 등 걸고 그러기도 하고.
이슬람국가에서는 마호메트 생일인가 맞나 하여간 그거 할 때 뭐 성대하게 하기도 하고.
종교적 접근법에 의하면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하지만 자본주의사회에서 다양한 마케팅이 등장하면서
단순히 물건만 팔아먹는 마케팅이 아닌 감성마케팅을 언젠가부터 활용해 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크리스마스 마케팅, 발렌타인데이 마케팅이다.

과연 20대 이하 청소년 중 종교가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크리스마스가 뭐하는 날인지 아냐고 물으면
예수 태어난날이라고 말하는 사람 아무도 없을걸?
오히려 산타와 루돌프 오는날 내지는 걍 공휴일 이렇게만 말할거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몰라도, 그 날이 뭐랄까. 종교를 불문하고 아름답고 뜻깊은 날이라는 점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느껴질 것이다.

감성 마케팅의 타겟이야 모든 사람이긴 한데, 그 중에서도 주요 타겟은 남녀 커플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상호 이해를 위한 관계라던가, 공통된 목표를 향해 만난 조직이라던가 그런 것이 아닌
순수하게 감정 그 자체를 가지고 인연을 맺게 된 그런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심 또는 여심을 자극하는 식으로 홍보를 하면 많이 먹혀들어간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더더욱 그러하다.
서양 문화와는 달리 동양, 특히 한국 문화의 경우에는 항상 대중적이고 집단적인 것을 추구하니
친구따라 강남은 무슨일이 있어도 가야 하고, 남들 다 사는걸 사야 유행에 따라가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감성마케팅을 한다는 것은 먹혀들어가지 않을 리가 절대로 없다.

그 또한 하나의 방법이고 이벤트이기 때문에 나쁘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왜냐하면 축구에서 이길땐 좋아하고 질때는 못했다고 비난하는 냄비근성보다는,
좋은게 좋은거라고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서 캐롤틀고 기부도 하고 트리도 만들고. 아름답잖아.

그래서인지 어느새 우리나라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연인과의 데이트가 아주 당연하게 여겨진다.  

여태까지는 참 좋고 아름다운 말만 썼다.
그런데, 세상 일이라는 것이 무릇 그렇듯이, 암이 없는 명은 없으며 명이 없는 암은 없다.
즉, 크리스마스가 단순한 예수 생일 축하일이 아닌 연인들을 위한 하나의 행사날로 자리가 잡혔지만
그런 덕분에 연인이 없거나 부양할 가족이 없는 사람에게는 결국 아무 것도 아닌 날이 되어버렸다.

물론 그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날로 끝난다면 크게 문제는 없는데,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크리스마스에 뭔가 특별한 인연을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방송매체, 언론을
비롯하여 각종 연예계, 그리고 길거리, 심지어 게임에서조차 이벤트들을 열고 그런다.
이러한 마케팅적 수단이 결국은 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보낼 수
있는 사람들에게 우울증을 가져다주는 그런 현상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3년만에 크리스마스를 솔로로 보내게 생겼다. 난 뭐 딱히 상관없다. 
그런데 오히려 주변에서 걱정을 하는 것이다. 혼자라서 외롭지 않느냐. 크리스마스는 어떡하냐.
심지어는 솔로였던 사람들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는 무언가를 해야 되겠다는 마음이 앞서서
어떻게 해서든 이성과 같이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야 한다고 하는 그런 사람들도 대다수 있다.

이번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브에 서클 사람들에게 술이나 한잔하자는 이벤트를 열었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예상대로" 참석자가 한 명도 없었다.
미련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이성하고 보낼 것이 아니면 차라리 집에 있겠다고 하거나.
크리스마스가 원래 그러라고 있는 날이 아닌데 본질이 왜곡된 대중적 사고방식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그게 마치 당연하다고 있는것마냥 행동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잘못됐다. 비판하겠다. 그런 의도로 이런 말 또는 생각을 하는것은 아니다. 
단지, 대부분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상황을 두고 봤을 때 대중들이 하는 행동이
"당연하다" "그러하다" 라고 생각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생각까지도 그렇게 변해간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맞다라고 생각하는 것.
결국 그렇게 대중의 노예가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내 소신도 의견도 없고 그런 것이 아닌, 내 소신과 의견 자체가 대중의 생각이 되어가는 것. 

자. 이제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여기까지로 끝내고, 다음엔 좀 더 심각한 이야기로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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